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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이효준

뿌리의 장애물 회피


뿌리는 성장하면서 수많은 장애물들과 마주칩니다. 하지만 결국 장애물들을 우회하여 땅 속 깊숙히 자라 스스로를 지탱하고 지하수 및 양분을 흡수하게 됩니다. 그런데 뿌리는 어떻게 장애물을 우회해서 자랄까요?


이 질문에 대해 두 가지 가설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뿌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라는 힘으로 장애물과 닿은 뒤 미끄러진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뿌리가 장애물의 존재를 인식한 뒤 "능동적으로" 장애물을 회피해 자란다는 것입니다.


두 가지의 가설 중 두 번째 가설이 더 힘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뿌리가 장애물에 닿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 지 확인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뿌리는 장애물과 닿으면 한쪽 방향으로 휘어 자란 뒤, 다시 뿌리 끝이 중력 방향으로 휘어집니다 (아래 사진). 이후 장애물과 평행하게 자라면서 뿌리 끝을 통해 장애물이 끝나는 지점을 탐색합니다. 장애물의 모서리에 다다른 순간 뿌리는 다시 아래 (중력 방향)을 향해 빠르게 자랍니다.


또한 뿌리에 터치 자극을 주면 칼슘, ATP 등의 신호가 발생하는 것이 알려져, 뿌리가 장애물을 인식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뿌리가 장애물을 인식한 뒤 어떻게 휘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식물은 신경이나 근육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 메커니즘이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뿌리가 장애물을 만났을 때 어떻게 회피하는지에 대한 원리를 밝혔습니다. 연구 결과, 뿌리가 장애물에 닿은 직후 성장 호르몬인 옥신 (auxin)이 빠르게 한쪽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옥신은 뿌리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기 때문에 옥신이 쌓인 반대쪽 세포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뿌리는 휘어지게 됩니다.


이후, 뿌리는 중력의 방향을 인식하여 두 번째로 휘어져 아래 사진과 같은 계단 모양을 완성합니다. 연구 결과 옥신을 인식하지 못하는 식물의 경우 뿌리가 장애물과 닿은 뒤 빠르게 휘어지지 않고 장애물에 밀착되게 됩니다. 이후 성장하는 힘에 의해 밀려나게 되지만 굉장히 느린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장애물을 회피하는 식물에 비해 지탱 및 양분 경쟁에서 불리해집니다.


이번 연구는 뿌리의 장애물 회피 현상과 그 원리를 밝힘으로써, 두 가지 가설 중 뿌리가 장애물을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회피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해 주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뿌리의 장애물 회피 현상은, 식물이 더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게 되는 미래 환경 모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생존할 수 있는 기간 동안 빠르게 장애물들을 회피하고 스스로를 지탱하며, 양분을 찾아 자라는 것이 생존에 매우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Hyo-Jun Lee, Hyun-Soon Kim, Jeong Mee Park, Hye Sun Cho, and Jae Heung Jeon. PIN-mediated polar auxin transport facilitates root obstacle avoidance. (2020) New Phytologist 225 (3), 1285-1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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